김건희 사과의 진짜 문제점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 부끄럽다” “남편이 겪은 모든 고통이 다 제 탓”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지난 26일 내놓은 허위 경력 논란 입장문 대부분은 논란에 대한 사과나 해명보다 남편 윤석열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국민이 아닌 남편에게 사과한 것’이라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여성학 전문가 등은 그의 입장문이 순종·헌신하는 오래된 여성성, 고정된 성역할, 정치인 배우자의 전형성을 확대재생산하는 또 하나의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로 시작하는 짧은 입장문은 13차례나 “남편”을 언급하며 “아내”로서 자신의 행위를 자책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7일 <한겨레>에 “본인의 학력 및 경력 위조에 대한 구체적 사과라기보다는 대선 후보 남편의 앞길을 가로막은 아내로서 지은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주체성이 결여된 사과”라고 말했다. 김정 교수는 “아이를 유산한 일마저 자신의 고통과 상처보다는 남편의 입장이 우선이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김건희씨는 (국민의힘의) 전략적 도구로 소모되고 말았다”고 했다.

 

방송에서 생중계되는 등 국민 이목이 집중된 ‘공적 공간’에서 여성을 나약하고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라는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전 한국여성학회 회장)는 “사과문 초반부에 윤 후보와의 로맨스를 나열한 것은 나약한 여성이 자신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가진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한다는 구시대적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더는 로맨스에 기대 살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여성들이 많아진 사회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 여성을 이런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사과문이다. 남편에 대한 묘사나 스스로에 대한 묘사 모두 전통적인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문제적이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씨 입장문이 동정론 유발을 위한 ‘오래된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동아대 젠더·어펙트연구소장인 권명아 교수(한국어문학과)는 “육영수 여사부터 ‘부모 잃은 불쌍한 영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보수정당은 권력자 혹은 권력자 아내에게 돌봄이 필요한 취약한 여성이라는 서사를 반복적으로 부여하고 활용해왔다. 봉건적 사회에서나 볼 법한 김씨의 사과문 역시 비슷한 전략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 등 정치인 아내를 동등한 인격으로 보지 않고, 기혼 여성의 가치를 출산 여부로 구분하는 성차별적 인식은 정치권 내에 흔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김건희씨에 대해 “사석에서도 윤석열 후보한테 반말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같은 당 이재명 대선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도 지난달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배우자를 “아이 엄마 김혜경 대 토리 엄마 김건희”라고 표현했다가 사과해야 했다. ‘토리’는 윤 후보 부부가 기르는 개 이름이다.

 

권수현 대표는 “대통령·정치인 배우자의 역할이나 위치에 대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다. 이들에게 순종적이고 헌신하는 여성성만 강조하고, 이에 벗어난 여성들에 대해서는 비난과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공격한다. 이를 정치인들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편, 2021년 1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민정의원은 김건희씨의 대국민사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씨는 어설픈 대국민 사과극으로 면피하려 말고 수사를 자청해 진정한 사죄의 길을 가십시오.

 

​어제 일요일 오후 갑자기 김건희 씨가 대국민 사과를 한다며 한 두 문장 문서를 읽고 사라졌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허위이력논란 대국민 사과라고 예고했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아직도 김건희 씨가 무엇을 밝히고, 무엇을 사과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인의 허위와 위조 이력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윤석열 후보가, 자기 부인에게 사과를 받는 것이 개인적으로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부부 간에 만나서 할 일입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전파를 낭비하면서 믿도 끝도 없는 내용으로 몇 마디 남기고 사라진 것을 대국민 사과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 대국민 사기입니다. 그 동안의 수많은 허위와 의혹에 대한 사실 적시도 없었고, 질문을 하나도 받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더구나 김건희 씨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힘든 여건에서도 성실하게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수많은 이들을 자신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잘못마저 범했습니다. 당사자는 뭉뚱그려 사과하고, 선대위 이름으로 장황한 해명 문서를 배포하는 건 또 뭡니까? 제2의 개사과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초에 사과로 끝날 일도 아닙니다. 20여 년 동안 수없이 저지른 수많은 허위와 위조 이력이 몇 분의 사과 용기로 끝난다면 윤석열 후보가 그동안 외쳤던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은 설자리 없는 위선적 구호에 불과하게 될 뿐입니다.

 

국민의 힘과 윤석열 후보의 공정과 정의는 자기 편한 대로만 하는 것입니까? 어설픈 사과극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말고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씨는 스스로 수사를 자청하고 검찰에 자수하여 그동안의 죗가에 대한 진정어린 사죄의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김건희 씨의 채용 증빙 서류 위조 의혹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검찰은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합니다. 지난 주말 김건희 씨의 재직증명서 한 장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습니다.

 

먼저 김건희 씨의 주식회사 h컬처 테크놀로지 재직증명서가 그전의 것과 입사일이 달라서 증명서의 허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나온 재직증명서는 마침 한자어 8개를 갖다 썼는데, 기초 한자에 불과한 한자어마저 3개나 틀리는 어처구니 없는 재직증명서였습니다. 이로써 그 문서는 누가 보아도 함량 미달의 위조 문서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일전에 나온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도 경력 증명이라 할 내용을 재직증명서라 쓴 데다가 당시 협회 회장이나 근무한 이들은 물론 증명서를 발급한 이로 표기되어 있는 사람조차도 김건희 씨를 모른다 하니, 그 역시 위조 증명서 의혹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김건희 씨의 엉터리 논문과 허위 이력에 이어, 그녀의 허위 인생은 마침내 가짜 증명서 제작에까지 이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는 명백하게 근무지나 근무 직책을 바꿔 이른바 돋보이게 하려는 직경을 넘어서는 행위입니다. 회사가 생기기도 전에 근무했다고 하는 증명서가 세 장이나 나오고, 윤석열 후보와 결혼 이후에도 지원한 대학에서 허위 이력이나 사안이 발생했습니다.

 

검찰은 이제 수사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검찰이나 경찰이 단 한 쪽의 문서라도 찾아보거나 살펴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모두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청이나 언론의 추가 취재로 밝혀낸 것입니다. 더 어떤 거짓과 허위가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들은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행한 신정아 씨에 대한 수사, 조국과 정경심 씨에 대한 수사의 반의 반만이라도 철저한 검찰 수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왜 검찰이나 경찰은 전혀 나서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이제 국민은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며 검찰의 태도와 행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김건희 씨의 범죄 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법적 처분에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