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허술하게 계획한 해외순방 일정..대한민국 대통령실의 의전 시스템은 지금 완전히 무너졌다. 총체적 난국"
민주당 "영국 왜 갔나..'외교 참사'가 계속"..대통령실 "국내정치에 슬픔 활용 유감"
네티즌 "조문 안 하고 육개장만 먹은 꼴".."국제망신, 세금 토해내라"


'조문 외교'의 목소리를 높이며 영국에 간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교통 사정을 핑계로 조문 일정을 취소하고 찰스 3세 국왕이 개최한 리셉션으로 직행했다는 소식에 '조문 참사'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정상들은 조문하는 데 있어서 교통 체증은 전혀 방해꾼이 되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런던 거리를 직접 걸어서 조문에 나섰다. 일부 네티즌들은 "장례식에 가서 조문은 안 하고 육개장만 먹은 꼴" "국제망신, 세금 토해내라" 등으로 야유했다.
영미 문화권 장례식에서는 조문객이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관에 인사(Viewing)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영국 여왕 장례식에 조문 외교를 갔는데 여왕의 관에 추모의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상당한 결례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국내에서 논란이 증폭되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미숙한 의전에 대한 사과는커녕 19일 런던 현지 브리핑을 통해 영국 왕실이 일정을 재조정한다고 강변하면서 외교 결례를 정치적 공격으로 받아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수석은 "어제 이른 오후까지 도착한 정상은 조문할 수 있었고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됐다”라고 했다.
그는 “위로와 애도가 주를 이뤄야 하는 전 세계적인 슬픈 날에 그런데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국내 정치를 위해 슬픔이 활용되는 것이 유감”이라며 “마치 우리가 홀대받은 것처럼 폄하하려는 시도, 그것을 루머와 그럴듯한 거짓으로 덮는 시도에 대해선 잘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조문 취소를 발표할 것이었으면 윤 대통령 부부는 영국에 도대체 왜 간 것이냐"라며 "윤 대통령 부부의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 취소 소식이 영국에서 전해졌는데 국민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일반 시민의 조문 행렬에 직접 합류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오랜 시간을 대기한 뒤에 조문을 마쳤다"라며 "왜 다른 나라 정상들은 가능한데, 왜 대한민국 대통령만 불가능한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또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목적을 '경제 외교의 기반 확대'라며 '조문 외교'를 강조했는데,교통 통제를 핑계로 조문을 취소했다"라며 "대통령 부부의 조문이 자진 취소인 것인지, 아니면 사전 조율 없는 방문으로 조문이 거절된 것인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의 논평을 두고 민주당 전국대학생 위원장을 지낸 박영훈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전문위원은 20일 페이스북에 런던 교통 상황 지도까지 게시하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첫날 윤석열 대통령은 지각으로 조문을 못 한 것입니다] 제목으로 조목조목 따져 들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전 9시가 넘어 서울공항에서 떠났다"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항공기가 먼 거리로 우회하면서 기존 12시간이던 비행시간이 13시간 30분까지 늘어났다. 그래서 오후 3시 40분에 영국 스텐스테드 공항에 도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엘리자베스 2세가 있는 웨스터민스터 사원까지는 40마일, 60km가 넘는다"라며 "당일 지도로 계산해보니 오후 3시 40분에 출발해서 5시 30분쯤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후 6시에 찰스 국왕이 개최한 리셉션이 있으니 새치기를 하지 않는 이상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과 방명록 작성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전 영국군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는 일정도 취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훈 위원은 "국내에서도 지각을 밥 먹듯 하더니, 해외에 가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역시나 지각을 한 셈"이라며 "이에 대통령실의 김은혜 홍보수석은 왕실이 재조정했다고 해명한다. 명백히 거짓말이다.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각한 탓이었다"라고 되받아쳤다.
그는 "도대체 어느 국가 정상의 해외순방 일정을 이렇게 허술하게 계획할까"라며 "정말이지 대한민국 대통령실의 의전 시스템은 지금 완전히 무너졌다. 무정부상태 그 자체다"라고 혹평했다.
아울러 "설마 지각 때문에 일정이 틀어졌겠냐라던 예상이 정확히 맞았다"라며 "국내와 해외 가리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의 습관적인 지각과 김은혜 홍보수석의 거짓말 해명까지. 정말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직격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카페에 박영훈 위원의 글을 인용하면서 "영국 히드로 공항이 더 가까운데 저기엔 전용기는 주차 못 한다고 미리 알렸다"라며 '그래서 스텐스테드에 전용기가 주차하게 됨. 대충 비유하자면 인천공항 냅두고 수원공항에 내린 거.."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SNS로 "G7 국가를 제외하고 다른 국가 정상과 대표단은 일반 조문을 하도록 요청받았다는데 그렇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웨스트민스터 홀에 갔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라며 "구글맵에 여왕 장례식 교통통제 상황이 나온다"라며 지도를 같이 게시했다.
이어 "영국 정부와 런던 시경에 이런 의사를 전달하고 교통 안내를 공식 요청했다면 충분히 협조했을 것 같다"라며 "어떻게 해서든 여왕의 관에 참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셈이라 영국 언론의 특별한 관심을 받을 수도 있고,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격이 훨씬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