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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악수도 박수도 받지 못한…김사니의 퇴장. IBK는 몰랐다? 구단은 알고 있었다

by 수예이슈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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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니(40)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 감독대행이 자진해서 사퇴하기로 했다. 코치직도 맡지 않고 팀을 떠난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2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안방 경기를 앞두고 “지금 사태에 관한 책임이 있다.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앞서 주전 세터 조송화(28)가 서남원(54) 전 감독과 불화로 팀 숙소에서 짐을 싸서 나간 뒤, 잇달아 팀에서 무단 이탈한 사실이 알려지며 팀 내 분란의 중심에 떠올랐다.특히 기업은행 구단이 서 전 감독을 경질하면서도, 사실상 항명을 했던 김 대행은 임시 사령탑으로 발탁하면서 비판이 거셌다.

V리그 여자부 다른 6개 구단 사령탑이 항의 차원에서 경기 전후로 김 대행과 악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행은 “무단이탈한 것이 아니다. 서 전 감독의 폭언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 전 감독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기업은행 사무국도 “(선수단 면담 때) 폭언으로 볼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행은 2017년 은퇴한 뒤 기업은행 배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정도로 대표적인 선수다. 은퇴 뒤 해설위원 등으로 활약하다 지난해 5월 기업은행 코치로 부임했다. 하지만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2년도 안 돼 팀을 떠나게 됐다. 한편 이날 기업은행은 한국도로공사에 0-3으로 완패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조송화가 팀을 두 차례 무단이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팀 내 '불화설'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구단은 윤재섭 단장과 서남원 감독을 동시 경질하며 기름을 들이부었다.

IBK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조송화의 임의해지를 시도했으나, 서류 미비로 임의해지를 진행하지 못했다. 조송화가 서면 신청서 제출을 거부했지만, 당초에 '프로 구단'이 변경된 임의해지 방법을 제대로 숙지 못했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사의'를 표명하며 팀을 한차례 떠났던 김사니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하며 '절정'을 찍었다.

김사니 대행은 사령탑으로 올라선 뒤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섰다. 서남원 전 감독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서남원 전 감독이 해당 사실을 부인하자 김사니 대행은 입을 굳게 닫았다. 그리고 팀을 무단으로 이탈한 점에 대해서는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며 정당화하는 모습을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비난의 여론의 부담감 때문일까, 결국 김사니 대행은 2일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이 사태와 상황에 대해 책임이 있기 때문에 죄송하게 생각한다.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사의를 표하겠다"고 말했다.

김사니 대행은 "죄송한 마음이 크다. 잘못한 부분도 있고,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때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자진사퇴는)내 독단적인 생각이고, 내 결정이다. 선수들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구단도 김사니 대행의 자진 사퇴 결정을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IBK와 김사니 대행의 발언은 거짓말이었다. 구단과 김사니 대행은 이미 자진사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보인다. 2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식 입장문을 준비했다. IBK 두 명의 구단 관계자는 감독의 사전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인 2일 오후 5시 45분경 '원정 VIP실' 통로에서 김사니 대행의 자진사퇴 보도자료를 검토하고 수정 중이었다.

기자가 관계자들의 옆을 지나가며 해당 문서를 목격했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을 정도로 사퇴 보도자료 검토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김사니 대행의 행보도 평소와 달랐다. 배구의 경우 원정팀 감독, 홈팀 감독 순으로 방송 인터뷰를 진행한 후 같은 순서로 언론 인터뷰에 참석한다. 그러나 2일 경기에서는 홈팀인 김종민 감독이 먼저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매번 원정팀 감독이 먼저 인터뷰를 하지는 않는다. 양해가 있을 경우에는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오늘(2일)도 IBK 측에서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고 언론과 먼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처음 밝혔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IBK는 이번 사태가 일어난 뒤 상황을 수습하기는 커녕 비난의 여론을 피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진실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서남원 전 감독과 김사니 대행이 팀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구단은 '총알받이' 뒤에 숨어 있었다. 이쯤 되면 IBK 구단의 공식입장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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